정부가 상장회사의 자기주식 보유·처분 전 과정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편법적 활용 수단을 차단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을 강화한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상장회사의 자기주식 보유와 처분에 대한 공시를 대폭 강화하고 개정 상법의 취지를 반영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은 오는 30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은 지난 3월 개정된 상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자기주식이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편법적 자본 운용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고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추진됐다.
가장 큰 변화는 자기주식 관련 공시 대상의 전면 확대다. 기존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자기주식을 보유한 상장회사만 보유 현황과 처리계획을 공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자기주식을 보유한 모든 상장회사가 공시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상장회사는 자기주식 보유 현황은 물론 향후 처분 또는 소각 계획, 실제 이행 현황까지 투자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개정 상법에 따라 모든 회사는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관련 내용도 보다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과 자기주식 활용 계획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자기주식을 주주환원 목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적절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기주식을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도 전면 금지된다. 교환사채는 채권 보유자가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은 자기주식을 활용한 교환사채를 우호 세력에게 발행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 시행령은 상법 개정에 맞춰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 관련 규정을 삭제했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자기주식 소각 의무를 우회하거나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활용되는 편법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주식 취득을 위한 신탁계약 운용 방식도 바뀐다. 앞으로 신탁업자는 계약 기간 중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없으며 계약 종료 또는 해지 시에는 보유 주식을 즉시 위탁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이는 신탁계약 연장이나 중도 처분 등을 통해 자기주식 소각 의무를 회피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자기주식 처분 방식도 한층 투명해진다.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균등하게 배분하거나 특정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경우만 허용한다. 이에 따라 거래소 정규시장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매도하는 시장매도 방식 관련 규정은 삭제된다. 자기주식 처분 상대방을 명확히 함으로써 처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기업공시서식도 함께 개편된다. 사업보고서에는 자기주식 소각 기한과 주주총회 승인 내용 등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관련 정보가 추가된다. 또한 자기주식 취득 당시 목적과 실제 처분 목적을 비교할 수 있도록 관련 기재 항목도 신설된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이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라는 원칙 아래 자기주식이 주주환원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유도하고, 관련 정보를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자사주 소각 규모는 2021년 2조5000억 원, 2022년 3조1000억 원, 2023년 4조8000억 원에서 2024년 13조9000억 원으로 늘었다. 이어 올해는 1월부터 5월까지 43조1000억 원 규모가 소각돼 지난해 연간 소각액 21조4000억 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금융위원회는 “상장회사가 자기주식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시장 신뢰를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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