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 영상 내 시민 초상권 보호 전·후 비교. 시민들의 얼굴이 무방비로 노출된 원본 화면(왼쪽)과 AI 모자이크 기술을 적용해 행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 화면(※ AI 생성 연출 이미지)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되고 본격적인 선거전이 막을 올린 가운데 후보들의 숏폼(Short-form) 선거 영상이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거리 유세, 시장 방문 등 ‘숏폼 선거전’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정작 영상 속에 무단으로 찍힌 일반 행인과 유권자들의 심각한 초상권 침해 문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AI 얼굴 모자이크 서비스 블러미(BlurMe)의 ‘블러미 프라이버시 랩(BlurMe Privacy Lab)’이 유력 후보들을 포함한 유튜브 채널 20곳의 거리 유세 영상을 여야 구분 없이 무작위 조사한 결과, 단 몇 곳을 제외한 대다수의 채널이 행인 ‘얼굴 모자이크’를 전혀 처리하지 않은 채 영상을 버젓이 게시하고 있었다. 영상마다 수많은 행인의 얼굴이 식별 가능한 상태로 노출돼 있었으며, 주변 상인과 어린이의 얼굴까지 무방비로 드러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정치인 본인은 공인으로서 초상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영상에 함께 찍히는 일반 시민은 다르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시민들에게 영상 활용 동의서를 받았을 리 만무한 상황에서 이를 SNS에 게시해 불특정 다수에게 유통하는 것은 명백한 초상권 침해이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블러미 프라이버시 랩은 누구보다 법과 제도를 수호하고 앞장서서 지켜야 할 정치인들이 선거 홍보라는 명목 하에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전면 금지하며 규제에 나섰지만, 정작 일상에서 매일 벌어지는 유권자의 초상권 침해는 철저한 사각지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무법지대 속에서도 일부 선거 캠프에서는 유세 영상을 SNS에 게시하기 전 행인 얼굴을 ‘AI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러미’를 서비스하는 AI 기술 기업 자라소프트(대표 서정우)에 따르면 최근 무단 노출에 따른 법적·도의적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뒤늦게 이를 인지한 일부 정치인 캠프와 보좌진을 중심으로 AI 모자이크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자라소프트는 거리 촬영 영상을 SNS에 올릴 때 행인 얼굴을 가리는 것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법적 의무이자 유권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매너라며, 블러미와 같은 AI 모자이크 기술을 활용하면 후보자 얼굴만 남기고 주변 행인만 선택적으로 가리는 작업이 단 몇 분 만에 가능하므로 핑곗거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끝나도 SNS에 올라간 영상은 삭제하지 않는 한 영구히 남는다. 최근 딥페이크 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무단으로 공개된 시민들의 얼굴이 2차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숏폼 선거전이 대세로 자리 잡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전 그들의 기본권인 프라이버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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