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청장에게 정신병력이 사건관계자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되는 행위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청장에게, 개인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정신병력이 사건관계자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되는 행위는 인권침해에 해당하므로 개선하고, 만일 공공의 이익 등을 이유로 부득이 공개해야 하는 경우 내부 심의를 거치는 등 관련 절차를 마련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2020년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A아동학대사건 등 언론 브리핑 시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대중에게 임의로 공개하여 당사자의 사생활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정신질환이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 고정관념을 강화시켰다는 취지의 진정을 접수했다.
그런데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한 진정에서 피해자의 신원 및 권리구제 의사가 파악되지 않아 해당 진정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각하했고, 다만 경찰의 개인민감정보 임의 공개에 대한 재발방지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같은 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2020년 9월 21일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의견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정신질환을 포함한 모든 병력사항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에 따라 건강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정보로서 특별히 더 보호되어야 할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과 사회 통념을 감안할 때,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에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실의 공개는 타인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본인이 승낙한 범위를 벗어나 국가에 의해 임의적으로 자신의 정신 병력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상황은 불쾌감 이상의 감정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므로, 본인 동의 없이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와 관련된다.
공공의 이익과 무관한 사건관계자 병력 임의 공개는 헌법 상 기본권 침해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4조(수사사건등의 공개금지) 및 제5조(예외적인 공개)는 신속히 범인을 검거해야 하거나, 유사 범죄 예방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한 권익침해를 회복시켜야 하는 경우, 공공의 안전을 위해 그 대응조치 등에 관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즉시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수사사건 등의 공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그나마도 '개인의 신상 및 사생활에 관한 내용'은 공개가 제한된다.
따라서 이미 검거가 완료되어 공공의 안전 우려가 소멸된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헌법 제17조가 보호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등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
국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편견을 근절할 책임이 있어
2016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비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1.4%)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0.1%)보다 15배가량 높으며, 강력범죄의 경우도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0.3%)이 정신질환자 범죄율(0.05%)에 비해 6배 가량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국민들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응답자의 64.5%, 2019년 국민건강 지식 및 태도조사, 국립정신건강센터)”라고 느끼고 있고, 이는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신질환자 집단 전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하여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를, 당사자에게는 치료를 회피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이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정신질환자 차별 및 편견 해소를 위한 적극적 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경찰 역시 개인의료정보 공개로 인한 부당한 침해 또는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정당한 절차와 사유 없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장애차별시정위원회는 이를 개선하고 관련 절차를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김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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